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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예술적인 것의 차이

기형도

by 새벽강 2009. 2. 25.

기형도 시인의 20주기 관련한 글들이 몇개 보인다..

집에서 떨어져 학교다닐때 몇권씩 사보다가
어느해 겨울 10여일간 빌붙어 살던 선배의 집에서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시집

그리고 어느 해
우연히 기형도씨의 유작시집 "입 속의 검은 입"을 보게되었다
요절한 시인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시집이라는 생각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내게는 가히 충격적인 것들로 가득한 시집...
(정호승님의 시집을 처음 볼때보다 더)
그리고 그 느낌의 그늘을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낙서처럼 끄적이던 글을 더이상 쓰지않게 되었다

글을 쓰고나면 그것은 내가 쓴것이 아니라 내가 읽었던 무수히 많은
마약처럼 주입된 타인의 감성에 취해 쓴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져
무서워졌던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이 기형도라는 한 시인의 영향만은 아니었을것이다
이것은 저도 모르게 자기가 좋아하던 음악을
표절하는(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작곡가같은 느낌이랄까..


지금은 그 이후로 (점차) 더 이상 다른 시집을 읽지 않게 된것...
그리고 그 낙서들이나마 쓰고 싶어서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만들지만
거의 쓸수 없게(?) 되어버린것...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기형도씨의 시는 "질투는 나의 힘" 이었다...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