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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여행(2012)

로마의 반나절

by 새벽강 2012. 10. 19.

피렌체에서 ES를 타고 직통으로 로마로 들어왔다.. 

다행히 이번 열차는 짐칸의 높이가 충분하다.. 

우리 자리 중 한쪽에 수녀님 세분이 앉아서 

자리를 좀 바꾸게 되었는데 우리는 수녀님 두분의 

맞은 편에 앉아서 얌전하게 왔다 ㅋㅋㅋ 

수녀복이 대리석처럼 빛나는 베이지색이었는데 색깔이 너무 은은하고 이뻤다. 


그런데 로마역 도착 약 15분쯤 전에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가방을 들고 모두 복도에 서 있길래 종착역 직전에 사람들이 내리는 

기차역이 하나 더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대로 10분 넘게 서서 가더니 다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내리는거다... 

'아!! 이놈들이 우리처럼 성질이 급하구나' 하는 생각이 이때 처음 들었다 ㅎㅎ 


이번에도 역을 나와서 구글맵과 스트리트 뷰에서 봤던 길로 

얼마 걷지 않아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반나절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호텔을 나왔다.. 


나올 때 스트리트 뷰에 보이던 호텔 근처 노점상이 있던데 

정말 그 코너에 노점상이 있었다.. ㅎㅎ 

구글맵이 좀 더 생생해지면 여행가지 않고도 거리 구경 정도는

생생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체크인을 하고 미리 인터넷에서 봐 둔 테르미니역 근처의 

파스타리토 (체인점 식당)에서 봉골레 파스타와 해물 리조또로 

로마의 첫 식사를 했다(겪어보니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다소 딱딱하게 삶아낸다) 

그 때는 첫 날이라 몰랐는데 이 식당이 비교적 싸고 음식의 질도 괜찮았다

하지만 우리 뒷 테이블의 한국 여학생(?)들은 세가지 요리 중 두 접시를 

거의 손대지 않고 나가버려 직원들을 당황하게 한 듯하다.. 

섭씨가 보기를 직원들이 접시를 들고 조리실에 가서 뭔가 이야기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소위 로마의 3대 젤라테리아 중 하나라는 파씨로 가기 위해 

호텔 근처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 앞으로 왔다 

(성당을 등지고 정면 왼쪽 길로 쭉 직진하면 됨) 

이 때에는 이게 그냥 오래된 성당이거니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이 성당이 바티칸 소속이라는 것도 대충 보고 그냥 그러려니 했을 뿐... 


로마에 도착 첫 날 반나절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젤라테리아 파씨(신세계 백화점에 빨라조 델 프레도라는 이름으로 입점되어 있음)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보르게세 공원에 가기로.. 

palazzodelfreddo.it


파씨는 비토리오 에마뉴엘레 공원을 지나서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어째 공원 주변 분위기가 좀 스산하다.. (일요일이라 길 가의 가게들도 거의 문을 닫았고)

알고보니 이쪽이 차이나타운이나 한인 민박집이 많은 블럭으로

가는 길목인데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것 같다..

하지만 으스스한 느낌은 서양에서 나와 같은 유색인종을 보는 

나의 삐뚤어진 편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생각보다는 좀 더 멀리 가서 드디어 파씨를 발견... 

보통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는 멀리서 봐도 가게 바로 앞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 찾아오는 동안

여기는 그런 사람이 안보여서 길을 잘못 찾았나하고 걱정하면서 왔다. 

와서 보니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충분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가게 규모도 제일 크고 가격도 여행 중 본 가게 중에 제일 싸고 맛도 좋았다..

이 가게의 유명한 아이스크림은 쌀맛(응?) 아이스크림이라고 한다..  

다른 맛들도 모두 괜찮았다


이렇게 테이블이 많고 테이블 차지도 없다.. 손님은 계속 들어오고

완전 만족!  단 찾아오는 길목의 분위기가 좀... ㅡ_ㅡㅋ


1880년에 시작했다니... 다니면서 보니 이 나라 사람들도 일본처럼 대를 이어서 

가족 사업으로 식당이나 가게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로마 서울 상해에 가게가 있다는 표시가..  

그런데 실제 가게 이름은 빨라조(궁전이라는 뜻) 델 프레도인것 같고 

가이드북의 파시(또는 파씨)라는 이름은 지오반니 파시라는 사람(아마도 창업자)의 이름인것 같다.. 



젤라또를 먹고 슬슬 걸어서 테르미니역으로 돌아간 다음 

남은 오후 시간에는 보르게세 공원을 가려고 포폴로 광장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꽤 깊이 들어가는 지하철 A선... 


이곳이 쌍둥이처럼 닮은 성당이 있는 포폴로 광장.. 

보통 로마를 대중교통이나 걸어서 다니게 되면

가게되는 가장 북쪽의 관광지라고 볼 수 있다.


지하철역 입구로 나와 길을 건너 광장에 접어드니 

중앙에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눈에 띈다.. 

그러고보니 오벨리스크는 이집트에 있어야 하는데 왜 여기에... ㅡㅡㅋ

다음날 바티칸 투어 할 때 오전에 설명을 잘 해주신 여자 가이드분이 왜 오벨리스크가 

로마에 많은지 설명해 줄때까지는 어라 이게 왜 여기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다 훔쳐(약탈해)온거임.. 


포폴로 광장 뒤쪽의 언덕에서 내려다 본 포폴로 광장.. 

이쪽으로 보르게세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중에 하나가 있다

(이곳은 스마트폰 구글맵을 보면서 찾아왔다)


이 언덕위의 공원에도 작은 오벨리스크가 있네.. 도둑놈들 많이도 훔쳐왔네 ㅎㅎ 

바티칸 투어날 듣기로는 로마가 이집트 침략 후 약 200여개의 오벨리스크를 옮겨와서 

한참 동안 방치해 두었다가 나중에 주요 지역에 기독교가 이교도를 정복한 기념비처럼 

위에 십자가를 올려서 여기 저기에 세워놓았다고..


보르게세 공원에 들어오니 매점이나 이런 어린이용 놀이 시설이 있고 

여러 곳에서 자전거나 전동 카트 같은 것을 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주말이라 그런지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한산하고 조용한 지역도 있으나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도 있다.. 

주로 매점과 시설이 있는 곳 근처가 그렇다.. 

공원의 규모가 매우 크고 공원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버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있다. 

보르게세 미술관이 매우 유명한데 4시 좀 넘은 시간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인라인 타는 모습들과 구경꾼들.. 

오른쪽 모자에 푸른티 입은 사람은 완전 노인인데 몸이 장난 아니었음 ㅡㅡ)b



차도를 가로질러 건너편 블럭으로 넘어와서 베네토 거리 쪽 출구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제 좀 한적해진 보르게세 공원 




기마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그 앞에는 빌려서 타는 4인승 자전거

당연히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면 길에서 말똥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 ㅡ_ㅡㅋ


4인승 자전거를 보니 생각 났는데 외국은 남녀 평등이라더니 

남녀가 타면 죄다 남자 혼자 열심히 패달 밟았다.. 

가족이 타면 아빠 혼자(가끔은 아이들도 같이) 패달을 밟고 있었다 ㅋ

고달픈 남자의 인생이여.... ㅋㅋ



베네토 거리로 향한 공원 출입구  길 건너에 예전의 성곽 흔적같은게 있다.. 





베네토 거리쪽으로 넘어와서 보르게세 공원을 쳐다본 모습.. 

이정표에 보르게세 미술관 가는 방향이라고 표시가 되어있다. 

(보르게세 미술관은 이 쪽 입구로 들어가면 오른쪽 구역에 있음)


예쁜 식당과 고급 호텔이 많던 베네토 거리.. 

특별히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도 않고 길을 따라 걷기만 했는데도 꽤 멋있었다.. 



베네토 거리의 끝은 바르베르니 광장이라는 곳인데 

사진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찾아왔다.. 



(출처 http://ecotouroma.wordpress.com/fontana-del-tritone/ )


사진 만큼 멋지지는 않았으나 베르니니가 만든 저 분수로 유명한 광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조명이 없는 낮이라 그런지 분수가 그렇게 멋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좀 오래된 분수 같다는 느낌?  이 광장에 극장도 하나 있는 듯 하고 지하철 역도 있다 

광장에서 분수가 있는 쪽으로 길을 따라 두 세 블럭 내려가면 트레비분수 쪽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 역 이름이 "바르베리니 - 폰타나 트레비"다.. )


하지만 한 가지 문제는 

바르베리니 광장에서 우리 호텔 방향으로는 모두 언덕길이었다는 것...

레퍼블리카 광장쪽으로도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쪽으로도 오르막이었다 

베니스나 피렌체는 주요 관광지에 언덕이 없어서 구글맵에서 위치만 확인하면 

걸어서 가는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로마는 언덕이 많은 도시라서 평면만으로 표현되는 

지도를 보고 다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부터는 늘 여분의 지하철/버스표를 가지고 다녔다.. 


오늘은 도착 첫날이라 그냥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 방향의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는데

지하철을 타지 않고 걸어서 가기로 한 것을 막 후회하려는 순간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는 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사거리에 네 개의 분수로 유명한 산 카를로 알레 콰드로 폰타네 성당.. 

콰드로 폰타네가 네 개의 샘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르노, 티베르 두 개의 강과 (남자 조각이 있는 분수) 

다이아나, 주노(유노??) 두 여신을 상징한다는(여자 조각이 있는 분수) 

콰드로 폰타네 (네 개의 샘)





로마는 이렇게 대충 다녀도 얻어 걸리는 곳이 많았다... 

게으른 여행자에게는 복이라고 할까.. 

문제는 볼때는 도대체 이게 뭔가? 하다가 숙소에 와서 가이드북을 보거나 

구글맵으로 찾아 보고서야 아하! 한다는 거다.. ㅡ_ㅡㅋ


다행히 산 카를로 알레 콰드로 폰타네 성당 이 후 금방 내리막이 나와서 

호텔이 있는 곳 근처까지 왔다.. 길을 건너며 오른쪽을 돌아보니 

저 멀리 테르미니역 바로 근처에 있는 레퍼블리카 광장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피렌체에도 레퍼블리카 광장이 있었는데)


드디어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까지 .. 이제 호텔이 코 앞이다.. 

한참을 걸었더니 중년의 여행자는 휴식이 필요하다... ㅡ_ㅡ;;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이드북에도 있고 

인터넷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리던 레퍼블리카 광장 근처의 

타겟(Target) 레스토란테로 갔다.. 내부는 좀 포멀한 분위기고

바깥 자리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로 보인다..

하지만 상관없이 좀 더 쾌적한 안쪽 자리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좀 더 좋은 식당이라 그런지 가격이 45유로로 대략 평균 식사보다 

10유로 정도 더 들었다.. 

맨날 파스타, 피자만 먹다 고기를 시켜서 그런지도..

그리고 한국 식당처럼 양이 적당하게 나왔다.. 양이 작은게 오히려 반갑다.. ㅡㅡㅋ   


배가 불렀으니 슬슬 산책을 해야지 하면서 레퍼블리카 광장도 한 번 쳐다보고

그래 트레비 분수의 야경을 보러가자 하면서 길을 나섰다..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를 참고삼아 한참 걸어가니 왠걸 다시 우리 앞에는 언덕이... 

하지만 저 언덕길을 지나야 트레비 분수가 있을 것 같아서 올라가니

퀴리날레 궁전이 나왔다... 이것도 얻어걸린거임.. 원래는 찾아 갈 생각은 없었으나.. 

지금은 대통령 궁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변의 경비가 삼엄하지만 

관광객이 보기에 위압감을 주지는 않는다.. 출입구의 경비를 제외하고는 

그냥 느슨하게 여기 저기 경찰이 두명씩 서있는 것 같은 느낌?

 

퀴리날레 궁전 앞에서도 역시 오벨리스크가.. ㅋ



퀴리날레 궁전 옆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와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트레비 분수가 보인다. 

역시 대표 관광지답게 많은 사람들이 있고 여기 저기에 경찰들도 서 있다..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지거나 로마에 다시 온다는 트레비 분수... 

연간 동전 수익이 몇 십억이라고..ㅎㄷㄷ 

나는 당근 던지지 않았다..  ㅋㅋ


분수와 조각상이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는 훨씬 스케일이 크고 아름답다.. 




사진 아래쪽에 동전을 던지는 남자가 보인다 ㅋ


우리는 천천히 저녁무렵 지나갔던 바르베리니 광장으로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레퍼블리카역에 내려 호텔로 왔다.. (언덕이 있어서 그렇지 딱 한 정거장 온거다) 

내일은 일찍 바티칸 투어에 가야 한다..

우피치 미술관 투어의 경험에 비추어 힘든 하루가 될지도...  

이렇게 로마의 첫 날 반나절이 끝이 났다...